오랜만에 꺼내 읽은 월간 마음수련 2009년 8월호~

거기서 다시 읽은 따스한 이야기 하나

충무로맛집 뚱보갈비 손필수 사장님의 이야기~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면 좋잖아요'
암요~좋지요 ㅜㅡㅜ

읽어볼수록 사장님 지혜가 있으신듯...
욕심없이 하시니까, 또 남을 위해 하시니까 더 잘되시는 것 같아요
아래에 있는 창업 비결도 마음을 비워야 가능한 것들이 많네요

다음에 서울에 가게 된다면 꼭 들러야 할 집입니다!! :)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면 좋잖아요

식당 창업 컨설팅의 ‘숨은 고수’ 충무로 ‘뚱보갈비’ 손필수 사장

손필수(58)씨는 충무로에서 맛있기로 둘째가라면 섭섭한, 근 30년 역사의 돼지고기 전문 식당 사장이다. 또한 그는 음식점 창업 컨설턴트이다. 누군가 식당을 하고자 하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어느 자리에 어떤 메뉴로 할 것인가, 간판과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고, 그릇과 수저, 이쑤시개는 어떤 것을 쓸 것인가….


끝까지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니 경험이 없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은인이 아닐 수 없다. 여건이 맞는다면 자신의 가게와 가까운 곳일지라도 똑같은 메뉴, 똑같은 상호도 쓰게 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창업을 도와준 음식점만 전국 각지 50여 개.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무료 봉사다. “돈은 버는 것이지 긁어모으는 것이 아니다”라는 손필수 사장은 “조금씩만 배려하면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고기도 ‘리필’해주는 고깃집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옆 일방통행 길을 거슬러 내려가다 보면, ‘1981년 4월 15일 개업’이라고 그 역사를 선명히 새겨 넣은 간판 하나가 보인다. 점심은 고추장불고기쌈밥, 저녁은 두툼한 목살을 구워주는 통고기로 유명하여 손님들이 줄을 서는 ‘뚱보갈비’.


“맛있으니까 오고, 좋으니까 오죠. 사장님이 인간미가 넘쳐요. 고기도 좀 모자란다 싶으면 알아서 더 갖다 줘요. 여긴 고기도 리필이 되는 집이라니깐.” 한 손님은 주인보다 더 자랑을 했다. 주인이 직접 손질한 돼지고기는 육질도 부드럽고 맛도 좋아서 고급 스테이크 안 부러운데다, 서비스로 나오는 된장국 또한 일품이라는 것. 손님들이 맛있다 하니, 이쯤 되면 주인장의 어깨가 으쓱하거나, 공개할 수 없는 비법을 운위할 만하건만, 이 주인장은 좀 다르다.


“음식 맛이야 다 거기서 거기지. 별거 없어요, 우리 집 음식.” 도대체 식당 주인의 말은 아닐 성싶은 손필수 사장의 한마디에 부인 한정애씨는 “저런다니까!” 하고는 웃음을 터뜨린다. 말인즉슨, ‘우리 집 음식이 별거 없는 고로 남에게 알려줘도 괜찮다’는 뜻인 것이다.


사실 손필수 사장은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음식점 창업 컨설턴트이다. 그가 남의 식당 차려주기에 뛰어들기 시작한 건 1985년 무렵이었다. “동네 아는 분이 뭘 했으면 좋겠냐고 자문을 구해서 ‘분식집 해봐라’ 한 게 시작이었죠.”

처음엔 가게의 목을 주로 봐줬다. 이미 자리를 정한 사람에게는 이 장소라면 뭘 하면 좋겠다, 그야말로 느낌이 팍 오는 대로 얘기해주었다. “그게 100% 맞았어요. 신기할 만큼 제 생각대로 다들 장사가 잘되는 거예요.” 


점점 사람들이 찾아왔다. 친구, 친척, 친구의 친구, 친척의 친척…. 사업을 하다 실패한 사람,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 어쩔 수 없이 이직해야 하는 사람들. 먹고살 길은 막막하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장사는 두렵기만 한 사람들이었다. “내 가족보다 더한 생각으로 도와야 했어요. 왜냐면 그 사람들한테는 생명줄이 걸린 일이잖아요. 조그마한 돈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들이니까 신경을 더욱 많이 써야 했죠.”


아무래도 초창기에는 자신이 잘 아는 ‘뚱보갈비’의 메뉴를 알려줬다. 상호도 똑같이 내어주고 자신이 쌓아온 장사 노하우는 물론 고기를 비롯한 거래처들도 연결해주었다. 그러다가 사람에 따라 장소에 따라 메뉴는 점점 다양해졌다. 막국수, 꼼장어, 돈가스, 설렁탕, 해장국, 부대찌개, 굴국밥, 호프집…. 잘 모르는 분야는 자신이 먼저 쫓아다니며 배웠다.
(이 분 오지랖 따라갈자 없겠네요;;)


“오리고깃집을 차린다 하면, 오리농장도 가고 전국 오리집에 다니면서 맛도 보고 기술자도 초빙하고 집에서 만들어도 보고 그랬죠.” 남편이 남의 일에만 매달리니, 그 빈자리 채우는 고생이야 고스란히 아내의 몫. 한정애씨가 더 어이없던 건 충무로 코앞에다 똑같은 ‘뚱보갈비’를 차려준 거였다. (ㅋㅋㅋㅋ 진짜 대단하심)


 


“로열티요? 그런 거 받으면 내가 잠을 못 자요”

“우리 손님들이 다 그리로 가면 어떡해?” 아내의 걱정에 손사장의 답변인즉슨, “에이, 좀 가면 어때? 우린 손님 많잖아”였다고 한다. 한때는 전국에 ‘뚱보갈비’가 여덟 개인 적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차라리 체인점을 하는 게 어떠냐고 권했단다.


로열티를 받으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지 않겠냐는 것. 하지만 손사장은 펄쩍 뛰었다. “그렇게 하면 내가 잠을 못 자요. 로열티다 뭐다 해서 받았다가 장사 안 되면 그 사람은 어떡해요? 장소나 주인에 따라 맞는 메뉴를 해야지, 여기서 잘됐다고 거기서도 잘되는 것도 아닌데. 나라고 왜 돈 욕심 없겠어요. 하지만 돈은 버는 거지, 그렇게 긁는 게 아니에요.”


가게를 차려주고 손사장이 받은 대가는 “고맙다”는 인사와 소주 한잔이 전부다. 미쳤다, 이해할 수 없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손사장이 장사를 처음 시작한 건 1981년 봄. 군 제대 후 설렁탕집을 하는 형님을 도와주고 있던 그는 결혼을 하면서 독립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다. ‘진짜’ 패물 대신 ‘짝퉁’으로 하는 등 결혼 자금을 아껴 모은 돈 190여만 원으로 신혼부부는 냉면집을 차렸다. 금세 벼락부자가 될 것처럼 장사는 잘됐다. 하지만 정작 여름이 되자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설비가 맞지 않았어요. 주방이 앞으로 갔어야 되는데, 뒤로 가서 뜨거운 열기를 빼내지 못하는 거예요. 더워서 사람들이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경험 부족이었다. 인테리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수리할 돈이 없었다. 결국 가을에 문을 닫아야 했던 그는 돼지갈비를 생각해냈다. 이번엔 경험자의 도움을 받기 위해 유명한 갈비집을 찾아갔다.


“좀 알려 달라고 갔는데, 로열티를 200만 원을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 우리 집 전세가 230만 원이었거든요. 꿈도 못 꿀 일이었죠.” 막막했다. 시집오자마자 지지리 고생하는 아내에게 미안했다. 이 모든 게 자신이 부족하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은 알아야 되는 거였다.


“그때 노력을 많이 했어요. 맛있다는 대한민국 식당은 다 쫓아다니고 모든 음식에 관심을 가졌어요. 책도 많이 보고, 신문기사들도 스크랩하고, 음식 박람회도 다니고.” 좋은 고기를 맛있게 손질하는 기술을 익힌 그는 하루 종일 고기를 만졌다. 연구하고 정성 들인 만큼 맛이 났고, 그 뒤로는 정신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공안하시면 제가 억울할 듯..)

 


“누구네 장사 잘된다 하면 굉장한 희열이에요”

전국 각지를 돌다 보니 앞으로 어떤 음식이 유행하겠구나, 이 동네에선 어떤 게 잘되겠구나, 하는 감이 생긴 그는 이후 다른 사람의 창업을 도와주면서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나누었다. 그렇게 20여 년 동안 차려준 가게가 50여 개. 그중 40여 개는 인테리어까지 직접 해주었다. 간판부터 이쑤시개 통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니 처음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보다 더한 천군만마가 없었다. 언젠가 우동 집을 차려줄 때였다. 간판 디자인을 고민하던 그는 운전 중 차를 박기도 했다.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동 그릇에 젓가락이 탁 꽂혀 있는 거 있잖아요, 그거 제가 디자인한 거예요. 하하!” 한번 시작하면 죽기 살기로 매달리니 과로로 두 번이나 입원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네 장사가 불붙듯 잘된다 하면 입이 귀에 걸렸다.


“그게 굉장한 희열이 있어요. 고생해서 차렸는데 잘된다니 좋고, 살길 막막하다고 축 처져 있던 사람이 희망이 생겼다고 웃으니 보람 있죠. 그 기분이 아주 오래가요.” 잘된다는 소리를 들어야 다리를 뻗고 잤고, 혹여 “요즘 안됩니다”라는 소리라도 들으면 새로운 메뉴를 짜내느라 잠을 못 잤다. 그렇다고 손사장이 차려주기만 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힘들게 차려준 식당도 얼른 팔라고 권하는 경우가 있다.


“식당은 인심이 좋아야 하는데 원가 계산하느라 넉넉히 안 준다든지, 인건비 아낀다고 사람 적게 써서 손님을 기다리게 한다든지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집은 처음엔 좀 잘되는 것 같아도 점점 안되게 되어 있거든요. 나중에 가면 손해가 커질까봐 얼른 팔고 차라리 다른 걸 하라고 하는 거죠. 또 없는 형편에 빚져서 시작했는데, 갑자기 현찰이 들어오니까 남편이 씀씀이가 커지는 경우도 있어요.


술이나 마시고 다니고 생활이 건전치가 않게 되는 거예요. 돈 벌면 행복하게 더 잘살아야 되는데, 오히려 싸우고 이혼하고 그럼 그게 뭐냐고요.” 그런 경우는 어서 빚부터 갚고 다른 걸 해보라고 권한다. 결국 그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돈’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자는 거였다.


“돈이야 많으면 좋겠지만 갑자기 벌거나 쉽게 벌면 사악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는 손필수 사장. 돈보다 중요한 게 건강이고 건강하려면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그는 남을 도와주면 기분이 좋았고, 사람들이 진심으로 고맙다고 할 때면 그것으로 행복했다고 한다.
“손사장님은 받으려는 마음 없이 정말 도와준다는 게 뭔지 보여줍니다. 손사장님 만나서 부정적이던 내 마음도 긍정적으로 변하였고 열심히 산다는 게 뭔지도 배웠습니다.”


의류 무역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서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손사장의 도움으로 인천 영종도에서 호프집을 하게 되었다는 김진호씨 말이다. 사업 실패 후 세상에 대해 부정적일 때 손사장을 만나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는 그는 “손사장에게 배워 저도 어려운 사람이 호프집을 차린다고 하면 노하우를 다 알려준다”고 말했다.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는 것은 손필수 사장에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는 그 기쁨을 다른 사람도 알았으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같이 장사하는 사람끼리 가게를 차려주는 건 차라리 돈으로 도와주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 말한다.


“좀 양보하고 그러면 되는데, 그렇게 한다고 자기 사는 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거든요.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 입장에서 자꾸 생각하다 보면 방법이 생기고, 나도 배우는 게 있어요. 제가 제일 기분 좋을 때가 아는 사람을 만나 인사할 때예요.


제가 이 동네에서만 42년째거든요.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데 나를 보면 다 표정이 밝아지면서 인사를 해요.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어요.” 보기만 해도 반갑고 얼굴이 활짝 펴지는 사람, 이곳 충무로에서 손필수 사장은 인기인이다.


그의 자문 비법은 따스함과 배려

1952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그가 충무로에서 터를 잡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손사장의 부친 고 손용진씨는 한국영화 초창기에 촬영기사로 활동했던 진정한 ‘충무로인’. 1920~1940년대에 <아리랑> <벙어리 삼룡〉 <수일과 순애〉 등을 촬영한 그의 부친은 6.25 전쟁으로 영화제작이 어려워지자 창원에 있는 미국 공보원 소속 ‘리버티뉴스’ 제작 현상소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4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가 바로 손필수 사장이다.


“부모님이 늘 베풀고 사셨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시고. 아버지가 편찮으셨을 땐 어머니가 장사를 해서 병원비며 우리 학비를 대셨죠. 특별한 교육을 하셨다기보다 그냥 평범하게 자라게 해주셨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서울로 올라온 손사장은 그 후 한 번도 충무로를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 장사하러 나간 엄마를 대신해 밥을 해놓고 기다리던 착한 막내아들은 아버지처럼 영화인은 아니지만 맛있는 식당의 주인이자, 식당 창업 컨설턴트로 충무로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식당을 그만두게 되면 본격적으로 창업을 도와주는 사무실을 열고 싶다고 했다.


사이트를 개설해서 궁금증에 대해 답도 해주고 자신이 모르는 분야는 잘 아는 경험자를 소개해주겠다는 것. 물론 이 모든 것은 무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꿈은 이뤄질 것이다. 그 일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손사장에게는 그 비결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전에 항상 반성을 해요. 내가 오늘은 뭘 잘못한 게 없나. 혹시 말다툼이라도 하게 되면 왜 그랬나 싶고, 다음에는 안 그러려고 노력하죠. 자꾸 그러다 보니 모든 게 무조건 다 제 잘못이더라구요.”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 그에게 꼭 맞는 짝처럼 늘 함께하는 것이 바로 ‘배려’ 아닌가.


 

손필수 사장이 알려주는 성공적인 식당 창업의 비결

1.‘될 거야’라는 기대만으로 시작하면 안 된다. ‘된다’ 하는 확신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2. 2월에 시작해서 3월에 오픈하고 6,7,8월에 봐뒀다가 추수 지나서 오픈하는 게 낫다. 한여름 한겨울에 무슨 장사가 되겠는가. 안될 때 싸게 사서 봄가을에 문을 여는 것이다.

3. 메뉴는 한 종류를 전문화한다. 한 가지를 맛있게 한다는 마음으로 한다. 무엇을 할지 처음에 결정을 잘해야 한다.

4. 개업할 때 절대로 친척이나 친구를 부르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손님이 될 사람은 그 동네 사람들이다. 친척 친구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한가할 때 재고정리나 해달라고 부르는 거다.

5. 장사가 잘되려면 음식은 맛있고, 양이 많아야 한다. 좋은 재료를 들여와 적게 남긴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처음에 한두 달 안된다고 안절부절못하지 말고, 자꾸 원가 계산하지 말고, 손님이 더 달라는 소리하기 전에 푸짐히 내놓는다.

6. 상황이 어려워지면 사람을 안 만나려고 하는데, 그럴수록 더 만난다. 자주 만나 대화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 주변의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진짜 대단하신 분입니다..부끄러워요 횰횰 ㅜ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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