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련(월간)12월호
카테고리 잡지
지은이 참출판사편집부 (참출판사(잡지),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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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음수련 2010년 12월 호에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김주원씨의 글이 실렸어요
시크릿가든 우리 현빈 김주원씨 아닙니다~ ㅋㅋ

“무대는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이에요.  진심으로 춰야죠”

사회복지사업 꿈꾸는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김 주 원







국립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34)씨는 매해 연말이면 늘 무대 위에 있다. 캐럴이 들려오고 거리도 들뜨는 연말, 그녀는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가 되고, ‘호두까기 인형’의 마리가 된다. 국립발레단에서만 벌써 11년째. 공연 전, 시연에서는 종종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초청되어 가장 먼저 관객이 되어준다. 여기엔 사회복지에 관심이 깊은 발레리나 김주원의 배려가 담겨 있다. 김주원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 발레,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발레를 하고 싶단다. 



글 최창희, 사진 홍성훈








국립발레단 연습실을 찾았을 때 김주원씨는 한창 ‘왕자 호동’ 연습 중이었다. 지난 10월, 세계 발레의 중심지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역으로 극찬을 받았던 그녀였다. 당시 국립발레단의 이틀 공연은 모두 매진되었다.

볼쇼이극장에서 러시아가 아닌 다른 국적 무용수가 주역으로 참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역대 가장 많은 수는 한 무대에 4명. 이번엔 김주원을 비롯하여 8명이 이틀간 무대에 섰고, 볼쇼이 무대가 익숙한 주역 무용수 김주원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찬사보다도 한국 발레가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는 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귀국 때였다. 공항에서 어느 할머니가 다가와 그녀를 꼭 껴안더란다. 제일 앞줄에서 봤다는 그 스페인 할머니는 줄리엣이 죽는 장면에서 같이 울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선을 다한 춤의 진심이 전해졌다는 게 너무나 기뻤다”는 그녀다.









 
그런 예술의 힘을 느낀, 관객과의 교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십여 년 전 한창 IMF가 심할 때였어요. 두께가 두툼한 팬레터가 온 거예요. 아이 셋을 둔 주부였는데 사업 부도로 빚더미에 올라 남편은 행방불명되고 애들은 키워야 하고 눈앞이 캄캄해서 죽을 생각을 했었대요. 근데 이웃 아주머니가 힘내라면서 공짜 티켓인데 발레 공연 보러 가자 한 거예요. 이게 웬 사치인가 하면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거예요. 그때 공연이 ‘지젤’이었어요. 그게 참 슬픈 내용이에요. 끝날 때까지 너무너무 많이 울었대요. 억눌렀던 아픔을 쏟아내신 것 같아요. 주원씨의 춤을 보면서 열심히 살기로 맘을 먹었대요. 이제 돈도 벌고 아이들도 잘 키우겠다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한 열 줄 정도 쓰셨어요. 그걸 읽고는 저도 펑펑 울었어요.(그녀의 눈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늘 진심을 담아 춤을 춰야 한다고 하신 건, 아마 그때 영향도 크셨을 것 같아요.
어릴 때인데도 아, 예술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어요. 어떤 이에게는 휴식이지만 크게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게 예술이구나, 내 만족을 위해서만 춤을 추는 게 아니구나, 제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지금도 지칠 때 많이 힘들 때 가끔 생각이 나죠. 내가 게을러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발레리나에게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요.
좋은 춤을 추려면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중학교 때부터 항상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네가 춤을 출 거라면, 아름다운 생각 많이 하라고요. 나쁜 생각하고 스트레스 받고 무대에 서면 그게 다 보인다고요. 춤을 통해 생활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는 거예요. 그때부터 아름다운 마음을 갖자가 제 좌우명이 되었죠. 

그녀는 아침에 눈떠 몸이 가벼우면 이상하다고 한다. 열심히 안 했나 싶어서. 보통은 땅에 발을 못 디딜 정도로 아프지만 웬만한 건 견딘다. 무대에 서면 아픈 게 신기하게 낫는다는 그녀는 천상 춤꾼이다. 춤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삶이 감사하다는 그녀가 이젠 그 행복을 아이들과 나누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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